25.04.02
먼지 쌓인 자전거를 꺼내는 일, 평소보다 자주 걷게 되는 일, 에어캡 돌돌 말은 식물을 꺼내는 일, 이 모든 게 봄을 알립니다. 봄이 되니 작은 것에 눈치채고 마음을 열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길가에 난 봄까치꽃을 보며 봄을 실감하고, 가벼워진 옷차림에 평소보다 멋을 부립니다.
저는 요즘 고양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지난여름에 느닷없이 나타난 이 생명체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여러 가지 돌봄을 하느라 골머리를 썩이는 나날들이었습니다. 이제는 화장실 치우는 것도, 밥을 챙겨주는 일도, 창의력과 체력을 겸비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사냥놀이도 당연해졌습니다. 오히려 아침마다 고양이 몸에 얼굴을 비비는 행복으로 살아가요.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며 이런 생명체를 갑작스럽게 들여 갈등했던 지난날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한 생명을 돌보는 일에는 막중한 책임과 노고가 필요함을 느끼지만 동시에 돌봄의 순환을 경험합니다. 식물을 키우는 일,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 혹은 자녀를 키우는 일과 같이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였습니다. 상대를 돌보는 행동으로 인해 나 역시 돌봄 받고 있더라고요. 누군가를 정성스럽게 챙기고, 살피고, 무언가를 해주는 일 경험한 사람이라면 모두가 느꼈을 거예요. 누군가를 챙기는 행동이 나를 챙기는 행동이라는 걸.
봄이 오니 계절의 변화를 잘 느낄수록 건강한 거라고 이야기해 준 누군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그만큼 내가 아닌 다른 것에 주의를 기울이며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주변으로 시선 돌리기, 매일 메일함으로 날아오는 한 편의 글을 챙겨 읽으며 마음속에 퍼지는 따뜻함 느끼기, 출근길에 아침 일기를 짤막하게 적어 보는 것들이 저에게 일상의 쉼표를 가져다줍니다.
실제로 읽다 보면 거룩해지는 글들이 있어요.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겸손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글들이요. 앞서 말한 '메일함으로 날아오는 글'에서 눈치채신 분들도 있겠지만, 역시나 친애하고 존경하는 이슬아 작가님의 글이 저에게 그러한 마음을 가져다줍니다. 매일 쓰는 메일과 카톡을 무심코 지나갈 수 없게 만들어요. 근무시간에 나도 모르게 한숨 쉬고 인상 썼던 나날들을 돌아보게 해 줍니다. 이처럼 우리 삶에 음악과 책이 있는 이유는 그들이 타자와 음표로 옮긴 다정함을 받아 또 다른 이에게 전하기 위함 아닐까요. 삶을 바라보는 정다운 시선들이 우리에게 힘을 가져다주니까요.
봄이 오니, 조금 더 걷고 싶고 좋은 문장들을 읽고 싶고,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도 봄을 느끼며 한 계절을 또 잘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또 편지할게요.
봄에 들으면 좋은 노래 몇가지를 함께 준비했어요. 아래 링크로 들어가 즐겨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