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창밖의 낡은 테이블과 그 주변으로 흔들리고 있는 나무를 보고 있으면, 약 20년 후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제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 모습이 스스로, 가장 평온하다고 느끼는 모습인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무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져요. 바람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거든요.
첫 레터를 시작하면서 과연 이 메일을 수신하는 사람이 몇일지, 수신하는 자가 있기는 할지, 많은 고민이 되었어요. 나의 부족한 필력 혹은 무지에 대해 낱낱이 까발리는 행위이진 않을까 수 없이 고민했거든요. 그래도 한 가지 정확한 건, 흔들리는 나무를 보는 것만큼, 쓸 때 가장 솔직하고 편안하다는 거예요. 이러한 저의 감정이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앞으로 꾸준히 쓰고 편지하겠습니다. 한 달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문득 날아온 편지 한 통이 큰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었으면 해요.
요즘의 전 스스로에게 참 매정한 것 같아요. 7월의 나에게도 야박했기에 8월의 나는 조금 다를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하더라고요. 스스로에게 진심으로 잘했다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한지 참 오래인 것 같아요. 요즘엔 이상하게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나이를 먹을수록 더 나 스스로에게 각박해지기만 해요. 이전에는 더 자주 사소한 걸로 행복해하고 만족할 줄 알았는데 이제는 그게 힘든가봐요. 아는 게 많아질수록 이상하게 무거워지네요. 든 게 너무 많아서 결국엔 가라앉는 배처럼요. 너무 애쓴다고 될 일도 아닌데 너무 애쓰기만 했을까요. 무심하게 흘려보낼 줄도 알아야 함을 깨닫고 있답니다.
내 몸은 생각보다 많은 걸 기억하고 습관화하고 있어, 작은 움직임으로는 크게 변화하질 못해요. 생각도 그런 것 같아요. 한번 마음먹은 걸로는 쉽게 고쳐지지 않더라고요. 여유와 쉼도 습관화해야 하는 게 참 웃긴 것 같습니다. 뭘 해내야 한다는 강박, 도대체 언제부터 생긴 건지, 원래부터 나의 기질인 건지 참 의아하지만, 온/오프를 하는 방법을 찾다 보면 강박에서 헤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나름의 긍정회로를 돌려봅니다.
요즘에는 그 방법으로 책을 읽곤 하는데요. 마음이 조금 심란하거나 생각의 정리가 필요할 때 좋아하는 서점을 방문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그 자체로 행복과 여유는 배가 되더라고요. 우연히 들린 서점에서 좋은 책을 발견하게 되면 그 사실 하나만으로 기분 전환이 되곤 해 요즘 종종 즐겨하고 있는 행동입니다. 그중 한 가지 책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바로 박참새 작가님의 <출발선 뒤의 초조함>이라는 책인데요. 독립해서 무언가를 꾸준히, 자신만의 속도로 하고 있는 4명의 대담을 묶은 대담집입니다. 정말이지 줄을 안친 곳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대화들이 저를 울렸어요. 이 모든 말들을 다 인용하고 싶지만, 그중 한 가지만 고른다면 바로 이 문장입니다. "나를 드러내 보이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더 잘하고 싶은 마음과, 내가 별로라는 인정." 이 말이 왜 이렇게 가슴 깊이 흡수되는 걸까요. 드러내는 일이 아니더라도, 사회 혹은 조직 안에서 나의 실력을 증명해야 할 때, 부딪히는 순간은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런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저 이 두 가지만 다시 생각해본다면 금세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만 편지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아요. 어떤 마무리가 좋을지 생각하다, 여러분들은 하루의 시작을 어떻게 보내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각자의 모닝 루틴이 있을지요. 모든 일은 시작을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그 과정과 결과는 크게 바뀐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하루도 크게 다를 게 없겠죠.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그날 하루의 분위기는 나 스스로가 정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음에 드는 문장 하나를 발견한 것과 같이요. 사소하게 행복할 줄 아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내일 하루는 내가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 평온한 시간 되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여기서 편지 마치겠습니다. 안녕
p.s. 애정 어린 답장은 늘 환영입니다.
-노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