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30
5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어느새 9번째 발송이에요. 지금까지 총 9번 (비록 한 번의 일탈이 있었지만) 매월 편지를 쓰다 보니 이제는 이 행위 없이 한 달을 마무리하기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의 한 달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만 하는 저만의 의식이 된 것 같달까요. 매월 마지막 날 편지를 보내고자 다짐했던 것도 받는 이들이 이 편지를 통해 자신의 한 달을 돌아보고, 다음 달을 더 건강하게 보내는 시간이 되길 바라서였어요.
때로는 우연히 본 어떤 글이나 말로 인해 잠시 일상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게 될 때가 있잖아요. 저는 건강하게 삶을 바라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종종 그러한 시간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의 상황에 맞게 나를 타일러주거나 북돋아주는 말들이 있어야 힘든 여정에서 나를 건강하게 지켜낼 수 있거든요.
혹은 타인의 글 대신 내가 쓴 말 혹은 일기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해요. 내 감정에 가장 솔직했던 순간들이라서 그런 걸까요. 혹은 과거의 내가 쓴 말이라 그 당시가 회상되어 더욱 선명하게 와닿는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전 종종 제가 쓴 문장들을 다시 꺼내 보는데요. 그중 이 문장이 유독 와닿더라고요.
“내가 나를 사랑할 땐 하루의 행복은 나로 인해 결정되며 반대로 내가 불행할 땐 나의 행복은 온전히 타인의 것이 된다.
내 자아가 단단할 때 비로서 행복은 온전히 ‘나’로 인해 결정된다는 걸 몸소 느꼈습니다. ‘오늘 날씨가 좋아서, 오늘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서, 퇴근길에 좋아하는 노래를 들어서’와 같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이를 온전히 느끼며 나의 기분을 컨트롤할 수 있는 힘이 있거든요. 반대로 나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나에 대한 힘을 잃었을 땐 그 선택과 행복은 온전히 타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타인의 말에 더 쉽게 흔들리고 그로 인해 기분이 좌지우지되거든요.
갑자기 찾아온 불안과 불행 혹은 어떠한 변화로 인해, 이런 내가 익숙지 않은 사람은 중심이 단단했던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하며 그때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됩니다. 이렇게 된 사건이나 시간을 원망하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결국 답을 찾지 못해요. 그리고 결국 과거의 나로 돌아갈 순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맙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알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 다르거든요.
저 역시 이러한 시간 속에 있으면서 긴 고민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쉼을 위해 짧은 여행을 가기도, 다른 무언가를 배우며 몰입하는 시간도 가져보았지만, 예전의 나로 돌아갈 순 없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인생은 나라는 사람을 계속 알아가고 찾아가는 과정이겠구나. 그리고 이 생각이 조금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이 과정이 엄청나게 큰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그저 다양한 상황과 사람을 만나면서 계속 변하게 될 저 자신을 앞으로 잘 받아들이고 이해하다 보면 그럭저럭 괜찮은 삶이 되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늘 한결같을 수 없으니까요. 전 그냥 앞으로도 계속 나를 발견하면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이 말이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만 편지를 마치려고 하는데요. 편지를 마치기 전, 전할 소식이 하나 있어요. 앞으로는 매월 한번 편지를 보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생업이 생김으로써 당분간은 여기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거든요. 휴식기가 될지 혹은 간헐적으로 편지를 보내게 될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저 조차 고민 중이거든요. 그래도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봐주셨다는 걸 알거든요. 그럼 그동안 편안하게 잘 지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안녕히.
-노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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