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당신에게.
안녕히 지내셨나요?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새 편지해야 하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이번 10월은 저한테 유독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요. 다들 연말의 계획을 세우고 계시나요. 저는 마땅한 계획이 없어 고민입니다. 그냥 차분히, 조용하게 지내볼까 싶다가도 조금 알차게 스스로를 채우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에요. 지금 잠깐, 이번 한 해를 돌아봐도 여러 가지 시도한 일들이 참 많은 것 같거든요. 그 모든 것들이 저한테 어떤 의미였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중 여러분들께 자랑하고 싶은 취미가 있어요. 바로 사진인데요. 아직 배운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많은 게 달라졌어요. 한번은 이런 과제가 있었는데요. "보이는 대로 찍지 말고 보고 싶은 대로 찍어오기". 참 추상적이고 모호한 말이죠. 그래도 이날은 이 말이 유독 와닿았습니다. 사진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의 직업적 소명이 담긴 말 같았고, 동시에 제가 사진을 찍는 이유여야 할 것 같았거든요. 사실 처음에 과제로 사진을 찍어갈 때 저의 일상을 들키는 듯한 기분이 들어, 조금은 민망했습니다. 사진은 그 사람의 시선과 취향도 보여주지만, 그 사람의 생활도 보여준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사림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낮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 혹은 보통 쉬는 날 어떤 일들을 하는지와 같은 사소한 것들을 알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계속해서 사진을 찍으면서 오히려 지금은 배우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보이는 만큼, 또 얻는 행복들이 크거든요.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순간을 더욱 잘 포착하게 되고, 주변을 유심히 보게 됩니다. 그냥 걷던 길도 카메라로 담게 되면서, 평범했던 길이 조금은 색다르게 다가와요. 그리고 제가 찍은 것들을 한 번에 모아 보면, 제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를 알 수 있죠. 전 희한하게 나무를 그렇게나 많이 찍더라고요.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저의 생각이 무의식중에 반영된 걸까요. 나무의 생김새에 따라 분위기와 느낌이 다르지만, 전 그보다 중요한 건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터' 인 것 같아요. 어디에 자리 잡고 있는지에 따라 나무의 모습이 달라 보이는 것 같거든요. 그 자리에 있어서 유독 시선이 가는 나무도 있고, 크게 눈에 띄는 곳은 아니지만 그 자리와 매우 잘 어우러져 있는 모습에 시선이 가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나무도 있더라고요.
사진에 마음을 붙이다 보니, 10월 초에 다녀온 대구 여행에서도 하루 종일 사진만 찍었던 것 같아요. 많은 것을 담았고, 가고 싶었던 공간에도 다녀온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중 이곳이 아직까지 선명하게 기억나는데요. 그곳에 입장하자마자 그 공간이 주는 아우라와 분위기에 숨소리도 내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책들로 가득 찬 벽면을 바라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곳은 책을 정말 사랑하는 주인장이 순전히 책을 더 이상 둘 곳이 없어 만든 공간이 아닐까. "그저 책이 좋아 책방을 열었습니다"와 같은 말처럼요.
이곳에서의 이런 상상이 저한테 어떤 다짐을 만들었어요. 만약 누군가가 어떤 삶을 살고 싶냐고 묻는다면, 책이 좋아서 책방을 여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해야겠다 다짐했거든요. 저는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책방까지 여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나 봅니다. 지금 줄곧 느껴오던 행복한 순간들은 마음의 여유 혹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없을 때 가능한 행복이라 생각하거든요. 불확실한 미래를 보고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보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런 질문은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던지는 요즘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삶을 꿈꾸나요?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으신지, 어떤 내가 되고 싶은지 저도 궁금해집니다. 역시나 언제나 편히 답장해주셔도 됩니다. 오늘도 저의 레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다음 레터에서 만나요.
-노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