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레터는 한 해 동안 진심으로 좋아했던 것들을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보통은 1년 동안 이뤄낸 것과 이루지 못한 것들을 돌아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갖죠. 이번엔 조금은 색다르게 이뤄낸 것들이 아닌 이번 한 해 특별히 "좋아했던" 것들을 복기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일 년 동안 내가 좋아했던 것들 혹은 푹 빠져서 했던 일들을 상기하다 보면, 잊고 있던 그때의 감정이 문득 떠오를 거예요. 그럼 올해 제가 유난히도 좋아했던 것에 대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아마 처음에 그녀의 글을 읽기 시작한 건, 출근길에 그저 호기심으로 레터 일간지를 구독한 그때인 것 같다. 출근길마다 열심히 읽으려던 그 당시 포부와는 다르게 그 메일들은 클릭도 되지 않은 채 켜켜이 메일함에 쌓여가기만 했다. 그러다 다시 그녀의 글을 읽게 된 건 아마도 박참새 작가의 대담집 <출발선 뒤의 초조함>에서 그녀의 인터뷰를 본 이후일 것이다. 그 대화가 인상적이었던지라, 도서관에 가 그녀의 책을 보게 되었고 어느새 난 서점에서 그녀의 책이라면 모조리 구매해 소장해버리고 마는 그런 미치광이가 되어있었다.
마치 자서전 혹은 일기장처럼 보이는 그녀의 글이 그녀를 더 선명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주변 인물들이 너무 과감히 등장해서 이슬아의 모든 것을 아는 것만 같은 이상한 친밀감이 느껴진다. 이슬아라는 사람 자체가 궁금해지다가도, 어떻게 이렇게 솔직할 수 있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하지만 결국엔 그녀가 솔직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쓸 말과 쓰지 않을 말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선별했다는 걸 그녀의 글을 읽을수록 선명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러한 지금도 그녀의 글을 읽을 때면 난 항상 연필을 들고 밑줄을 그으며 생각한다. '어떻게... 이런 (대단한) 글을 쓰는 거지?' 항상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그녀의 머리속이 궁금해지고 그녀의 글을 읽을 수록 느껴지는 것이 있다. 이슬아 작가는 일찌감치 배운 것들이 너무 많다고.
사실 한동안 머릿속에 온통 이슬아라는 사람으로 가득 차 있을 때 그녀를 조금씩 배출하기 위해서는 내 주변의 사람들을 붙잡고 털어놓아야만 했다. 내가 그녀에 대해 갖고 있는 경외심과 의아함이 드는 모든 부분들을. 아마 그 과정 속에서 거의 공통적으로 나온 단어는 누드모델과 산업 잠수함이었을 것이다. 나에게는 생소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그 직업을 누군가는 했고, 했어야만 했다는 사실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무엇이든 겸허히 해버리는 자세, 그렇게 할 수 있는 마인드 셋이 궁금했다. 그래서 상대에게 그녀를 설명하면서 "너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와 같은 질문들을 반드시 했다. 만약 그가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한다면, 그 방법을 당장이라도 알고 싶어서. 결국엔 나를 완전히 내려놓거나 엄청난 용기를 가져야 할 미래의 어떤 순간이 온다면. 그 미래에 내가 아는 이슬아처럼 배짱 좋게 해버리고 싶어서.
사실 그에게 도대체 언제부터 빠져든 건지 기억이 나진 않아요. 명확한 계기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 덕분에 제 책상에는 "This is comedy"라는 문구가 적혀져 있고요. 우울하거나 엄청난 행복감을 느끼고 싶을 때는 맥주와 함께 꼭 홈비디오 혹은 오당기 영상을 틉니다. 그 정도로 저한테는 소중하거든요.
다만, 좋아하는 이유는 확실합니다. 모든 것에 진심이거든요. 오당기는 "안녕하세요. 문상훈입니다."라는 인사말로 시작하는 유일한 콘텐츠이고 그만큼 그의 솔직한 생각을 들을 수 있어요. 보통 사람들은 같은 계절에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비슷한 음식을 떠올리는 것 같아요. 이 모든 것을 사로잡은 게 바로 <오당기>라고 할까요. 여기서 기다리는 '당신'은 배달음식이고, 당신이 오면 토크는 얄짤없이 끝나버리지만 곧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과 기대감이 이런 솔직한 대화를 만든 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도 듭니다.
이만 거두절미하고 어떤 콘텐츠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링크를 첨부했어요. 곧 100만을 바라보고 있는 이미 충분히 유명한 채널이지만, 아직 몰랐던 분이 계신다면 꼭 한번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당기의 거의 모든 콘텐츠를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진솔하다고 생각하는 영상으로 추천해 볼게요. 이따금씩 한번 생각날 때 시청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잠자기 전! 맥주나 따뜻한 차와 함께!
제가 인스타 스토리로 종종 음악을 추천하곤 하는데요. 레터로는 처음인 것 같아요. 오당기 시리즈를 통해 알게 된 곡이라, 이 곡 추천을 빼놓을 수 없었어요. 바로 <조규찬 -C.F> 라는 곡인데요. 이 곡을 알게 된 지 벌써 일 년이 다 된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이따금씩 꺼내 듣는 저의 애창곡이 되어버렸습니다. 엠티 때의 추억이 떠오를 만큼 가사에 힘이 있는 곡이랍니다.
그럼 오늘도 이만 레터를 마무리해 볼게요. 올 한해 정말 좋아했던 것들이 있었나요? 있다면 어떤 것들이었나요? 저도 궁금해집니다. 제가 이렇게 잔뜩 이야기한 만큼 잔뜩 써서 답장해 주셔도 되어요. (그래야 인지상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