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2.27
벌써 12월이 끝나갑니다. 그 말은 올 한 해가 끝나간다는 의미겠지요. 나이를 한 살 먹는 게 두렵지만, 웃기면서도 희망적인 소식이 하나 있더군요. 내년 6월부터 만 나이를 적용한다고요. 그렇다면 한 살을 벌게 된 것이니 갑자기 마음에 안도감이 찾아오는 거예요. 참 웃기죠. 나만 어려지는 것도 아니고 다 같이 한 살 어려지는 거라 결국엔 똑같은 일일 텐데, 그래도 이 안도감은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 사실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저는 올 한 해가 아쉽지 않습니다. 내년에 더 잘하면 되고 시간은 많으니까요!
이렇듯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걸 요즘 들어 깨닫고 있습니다. 잘하고 싶어서 욕심내는 일은 쉽게 수틀리고, 그만큼 크게 좌절하더라고요.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한 일에서 성과가 나오고 재능을 발견하는 일을 보면서, 어쩌면 모든 일은 어떻게 마음먹느냐에 따라 시작과 끝이 달라진다는 생각을 했어요. 올해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면, 너무 잘하고자 하는 욕심과 부담 때문은 아니었는지 조금은 편하게 나를 돌아보며 마음을 다잡는 한 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연말이 되면 하는 연례행사가 있나요? 친구들과 모여서 도란도란 파티를 열 수도 있고, 혼자 온전히 생각하고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연말이 되면 사진첩을 다 정리하곤 합니다. 올해 차곡 차곡 쌓인 중복되는 이미지나 지금은 필요가 없는 캡처된 이미지들을 쭉 정리하면서 잊고 있던 일들을 떠올리곤 해요. 그동안 써온 지난 일기를 보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만 조금 더 빠르고 함축적이며 강한 잔상이 남습니다. 그렇게 해서 매년 만들어가는 폴더가 나름 뿌듯해요.
이 말고도 간단하게 올 한 해를 정리할 수 있는 책이나 문장들이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준비했어요. 연말을 따뜻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 나만의 연말 정산 페이지! 어디서 우연히 본 글인데, 생각이 많을 땐 쓰고, 불안할 땐 명상을, 지쳤을 땐 파워 낮잠을, 그리고 슬플 땐 운동하기 등 각각의 상황에 맞는 해결책이 있더라고요. 생각을 정리하는 데 쓰기 만큼 좋은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공유하는 이 페이지가 그런 생각의 정리를 도와주는 매개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미지는 아래에 첨부되어있습니다.)
저는 올 한 해가 가기 전에 잠시 도쿄로 한 달 동안 여행을 떠나는 건 어떨까, 그런 생각을 잠깐 했어요. 그러다 문득, 과연 내가 그곳에 가서 온전한 휴식을 누릴 수 있을지 혹은 원하던 정답을 찾을 수 있을지, 그런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마음이 어수선할 때 선택하는 여행이 과연 올바른 해결책이 맞을까? 거기서 돈으로 누리는 휴식과 행복, 다시 말해 사치를 부리는 과정을 통해 느끼는 안정감과 행복감이 나의 불안과 문제가 해결됐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것은 아닐지.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중에 이전 런던 여행이 생각났습니다. 그때의 여행을 통해 내가 얻은 게 과연 없을까? 우연히 비행기 옆자리에 앉아 친해진 동갑 친구와 런던 시내를 거닐고, 우연히 들어간 펍에서 열린 디제잉 파티를 즐기고, 런던에서 경험했던 다양하고 행복했던 경험들을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한테는 "여행"이 아니라 그저 올 한 해를 깊게 돌아보고, 제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었어요.
이렇게 이번 연말엔 잊고 있던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지면 어떨까요. 며칠 남지 않은 2022년도 소중한 사람들과 소박하지만 마음이 든든해지는 그런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내년에 만나요. -노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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