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do birds suddenly appear
every time you are near
Just like me, they long to be close to you
왜 새들은 갑자기 나타나는 걸까
니 옆에만 오면 말이야
나처럼, 새들도 너와 가까이 있고 싶은가 봐
Why do stars fall down from the sky
every time you walk by
Just like me, they long to be close to you
왜 별들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걸까
네가 가까이 오면 말이야
나처럼, 별들도 너와 가까이 있고 싶은가 봐
On the day that you were born
The angels got together
And decided to create a dream come true
네가 태어난 날에 천사들은 모두 모여
꿈을 실현시키자 결정했지
That is why all the girls in town follow you all around
Just like me, they long to be close to you
마을의 모든 소녀들이 너의 곁을 맴도는 이유는
나처럼, 너의 곁에 있고 싶은가 봐
...
"카펜터스의 close to you라는 노래 가사 일부이다. 태어나기도 전에 그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천사가 기도하고, 마을의 모든 소녀들이 그와 함께 하고 싶어 한다는 이 노랫말을 따라가다 보면, 한없이 찬란하고 투명한 눈빛을 갖은 한 소년이 떠오른다. 태어나기 전부터 그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도모하는 든든한 천사들이 그의 곁에 존재하고, 그가 태어나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도 실제로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을지 모른다는 상상. 그러다 문득 우리 모두가 그런 천사를 갖고 태어난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현실의 벽이 너무 커서 그들의 응원이 더 이상 들리지 않고 내가 그런 사람임을 잊어버린 것뿐이라고."
...
아침 댓바람부터 희숙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동안 우리는 일어나는 데에도 순서가 있다는 듯 느긋하게 본인의 차례를 지키며 일어난다. 그러는 와중에도 아직 잠을 못 깬 티가 역력한 이들이다. 가족여행에서 항상 바쁘고 마음 급한 사람은 희숙이다. 가족들을 위해 먹거리를 준비하고, 혹시나 추울까 봐 당사자는 신경도 쓰지 않는 겉옷들을 챙기고, 마지막까지 집에 불 켜져 있는 곳이 없는지 확인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이번 여행이 효율적이고 모두의 만족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숙소 체크인 시간 전에 여유롭게 들릴 수 있는 곳과 그 근처로 식사를 할 식당까지. 숙소와의 거리를 고려해 가장 효율적인 루트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저 여유롭게, 원체 계획 같은 건 안중에도 없는 기용은 그새 그녀의 계획은 잊어버린 듯, 차에 타자마자 그녀의 화를 돋우는 말만 한다.
"오늘 점심으로 간장게장 먹을까?"
"… 점심 메뉴는 칼국수라니까. 또 딴소리야?"
희숙의 서운함과 불만이 순식간에 터지고 만다. 20년 동안 같이 살면서 알게 된 건 서로 매우 다른 존재라는 사실뿐. 둘은 어느 순간부터 서로를 이해하는 걸 포기한 듯하다. 상대가 무얼 원하는지 어떤 거에 서운해하는지 평생 함께 한 그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그 사실들을 잊고 만다.
이런 상황이 익숙한 서기는 에어팟으로 두 귀를 막고, 잠을 청해 본다. 두어 시간 달렸을까. 일어나 보니 창밖으로는 울창한 나무가 보이고, 주변은 고요하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도 들리는 이곳은 잔뜩 화가 나있던 사람도 차분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차에 내려 보니 저 멀리 크게 적힌 한자가 보인다. '연주암'. 그렇다 여기는 희숙이가 그토록 말했던 절이다. 왜 여행에 와서 절을 가는 건지 이해할 순 없지만, 그녀의 뜻이 그렇다고 하니, 서기는 군말 없이 따르기로 한다.
이상하게 절에만 오면 개미 한 마리라도 밟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러한 이유로 평소보다 유심히 땅을 바라보며 걸었다. 자연이 주는 차분한 공기와 절 특유의 고요함에 몸이 압도당한 듯, 목소리도 높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문득 이게 그녀의 의도였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역시 계획이 다 있던 것이다.
조용히 경사진 언덕을 올라, 절에 들어간 그들은 조용히 자신의 자리를 선정 후 푹신한 방석을 깔고 앉는다. 유달리 절의 방석은 크고 두툼하다. 저마다의 이유로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앉아있을 수 있도록 스님들의 배려가 깃든 걸까, 서기는 생각한다. 멀뚱멀뚱 한참 동안 허공을 바라보다, 기용과 희숙의 모습을 본다. 참으로 닮았다. 처음 보는 이들도 곧바로 이들을 가족이라 생각할 만큼 의아하게 서로는 닮았다.
서기는 문득 예전에 가족끼리 간 일본 여행이 떠오른다. 일본 지하철에서 우연히 기용과 마주 보고 앉았던 적이 있다. 어색하게 마주 앉은 그 순간, 그의 모습은 이상하게 낯설었다. 그는 피곤한 듯 두 눈을 감고 있었고, 동시에 댓 발 나와있는 입술이 유독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서기 역시 집중하거나 졸음이 쏟아지면 입술부터 축 늘어지곤 하는데 그동안은 유독 입술에 살이 많은 것이 원인이라 생각하였다. 그날, 기용의 모습을 보며 이것이 강력한 유전자의 힘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 말이다. 이와 같이 내가 극복할 수 없고, 선택할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진 세상에서 앞으로 난 무엇을 보고 이루며 살아가야 할까. 그때의 생각이 잠시 스쳐 지나간다.
한참을 앉아있다 짧은 묵념과 함께 우리는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나오자마자 마주한 평화로운 풍경은 기용이라면 평소에 절대 하지 않았을 말들을 하게 만들었다. "나는 다음에 태어나면 새로 태어나고 싶어." 그의 갑작스러운 고백에 아무도 그 이유를 자세히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어쩌면 그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서기 역시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새' 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으니까. 어딘가에 묶이지 않고 어디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새. 우리는 여행 중 처음으로 트집을 잡지도 이유를 묻지도 않았으며, 그저 곧바로 이해하고 수긍했다. 그리고 아마 이 이야기는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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